일가동정
ㆍ작성자 이영기사무총장
ㆍ작성일 2017-12-07 (목)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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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 전회장 매일경제신문 면담

[매경이 만난 사람]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서울예술학원 이사장

"아들 죽은 원수의 학교지만…세계 최고로 키우는게 보람"

  • 전지현,김연주 기자
  • 입력 : 2017.11.14 17:05:22   수정 : 2017.11.15 15: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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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서울 평창동 서울예고 뒷동산에 위치한 막내아들 이대웅 군의 추모비 앞에 선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서울예술학원 이사장. 30년 전 학원 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의 기일인 26일이 다가오고 있다. [김재훈 기자]
세찬 바람에 나무는 속절없이 잎을 떨궜다. 늦가을 서울예고 뒷동산에 자리 잡은 아들의 추모비 앞에 선 아버지의 심경은 복잡했다.

11월 26일. 30년 전 서울예고 성악과 2학년 재학 중에 선배들의 폭행으로 세상을 떠난 막내아들 이대웅 군의 기일이다.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학교법인 서울예술학원 이사장(75)은 해마다 이맘때면 운다.
1987년 뉴욕 출장 중에 비보를 들었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새벽 1시 30분에 전화가 걸려 왔어요. 비서가 우리 아들 이야기는 못 하고 그냥 '급하니까 어서 돌아오시라'고만 하더군요. 무슨 일이냐고 재차 물으니까 대웅이가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있다고 해요. 서울에서 출발할 때 '뉴욕 가면 음반을 사달라'고 인사하던 아들이…. 병원에 전화해서 '아들만 살려주면 3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애원했는데 이미 몸이 동결돼서 살릴 수 없다고 하더군요."

키가 크고 건장하던 아들은 차가운 주검으로 그를 맞았다. 고 이대웅 군은 점심시간에 3학년 선배 두 명에게 끌려가 학교 야산에서 두 차례 배를 걷어차인 뒤 목숨을 잃었다. 이틀 전 열린 학교 정기연주회에서 꽃다발을 38개나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자 선배들의 시기를 받았다고 했다.

전후 사정을 들은 아버지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 회장은 "그때만 해도 40대 중반이라 직원들에게 '당장 학교를 다 부숴버리라'고 했다"며 회상했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인 그는 마음을 다스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제가 난동을 부리면 '아버지가 저렇게 모질어서 아들이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서요. 큰마음을 먹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계명을 실천해보자고 결심했지요. 구치소에 수감된 가해 학생을 풀어달라고 검사에게 탄원서부터 냈어요."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협착증으로 성대 수술을 한 이 회장은 불편한 목으로도 아들 이야기를 길고 세세하게 풀어냈다.

―용서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느님이 우리 아들이 필요해서 일찍 데려간 게 아닐까요. 천국에서 노래를 부르라고요. 이 세상에 죄를 안 짓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지요. 나도 그렇고. 아들의 발인날에 학교 강당에서 추모 예배를 올리는데 울음바다였죠. 내 고향인 경남 합천에 아들을 묻던 날에도 학생이 많이 내려오고요. 교사들은 교정에 있는 주목 두 그루를 파 가지고 와서 아들 무덤가에 심었어요. 죽어서도 애통해하는 사람이 많은 아들이었지요.

―언제 가장 아드님이 그립나요.

▷애타는 심정을 말로 다 할 수 없지요. 우리 집사람은 아들이 죽은 후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실려가 17일 만에 퇴원했어요. 그 뒤에 네 번이나 쓰러져 절명(絶命)할 뻔했죠. 생전에 나를 '대장'이라고 불렀던 아들이 '나를 죽인 애를 석방해 서울대에 입학하게 해주고 내 원수를 왜 안 갚아줍니까'라고 원망하는 것 같을 때는 미쳐요. 그걸 다 승화시키려고 하니까 참 뼈아픕니다.

이 회장은 아들이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 있을 방법으로 '음악과 장학금'을 선택했다. 대웅 군을 가르쳤던 바리톤 김성길 서울대 음대 교수의 제안으로 1988년 재단법인 '이대웅음악장학회'를 설립했다. 서울예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한국성악콩쿠르를 열어 입상한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유학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장학회 설립 30주년을 맞아 기념 음악회 '유로피안 스타 초청음악회'를 아들의 기일인 11월 26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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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학회 수혜를 본 학생은 몇 명인가요.

▷2만9661명입니다. 설립 당시에는 기금 1억원을 출연했지만 2001년 참빛원주·충북·영동·속초도시가스 4개사 주식 5%(약 54억원)를 기부해 배당금으로 운용하고 있어요. 음악도에게만 주는 게 아니라 소년·소녀 가장, 그룹 사업체가 진출한 중국의 독립운동가 자손, 베트남에서는 공안열사(참전용사) 유자녀와 소수민족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어요.

그는 2010년 부실 운영과 횡령 사건 등으로 재정 파탄에 이른 서울예고와 예원학교 재단의 서울예술학원을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14층 규모의 부산 중앙동 빌딩을 재단에 기증하고 현금 350억원을 출연해 부채 98억원을 탕감했다. 150억원이 투입되는 1200석 규모 콘서트홀도 교내에 지을 예정이다.

―아드님 때문에 학교를 인수한 건가요.

▷500억원 가까이 투자했지만 월급 100만원도 못 가져가는 재단이에요. 사업적으로 보면 하나도 도움이 되는 게 없지요. 그래도 내 인생에 원수의 학교를 세계 최고 학교로 만들면 보람된 일이 아닐까요.

―서울예술학원의 미래 청사진은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예술가들은 이미 고등학교 때 많이 판가름이 납니다. 그래서 진실로 잘 가르쳐야 해요. 서울예고는 이미 64년이란 전통이 있고 세계적인 음악가를 많이 배출했지요. 예원학교도 올해 50주년이고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시스템과 시설을 갖춰 나갈 겁니다.

―지난 5월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선정한 '대한민국 나눔봉사대상'을 받았는데요.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인 이유가 있는지요.

▷우리 아들이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내가 가진 게 있으면 가급적 불쌍하고 소외된 사람한테 나눠주고 싶어요. 또 내가 소년 시절에 집안이 갑작스럽게 어려워져 가난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6·25전쟁 때 인민군이 내려와서 우리 아버지를 정자나무에 매달아서 재산을 뺏어갔죠. 고등학교 때는 우리 집에 논 서마지기밖에 없어 휴학계를 냈어요. 1년 동안 농사를 지었는데 그것만으로 안 되겠다 싶어서 신문 배달을 시작했어요. 온갖 잡일을 다하다가 열아홉 살에 첫 직장을 얻었지요.

―어떤 직장이었나요.

▷부산 부두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회사였어요. 그 후 비료공장에서도 일했고요. 비료원료는 썩은 나무를 말려서 얻은 무기질로 만드는데 그걸 말리는 기술을 터득했죠. 어느 날 화물선 사고로 바닷물에 젖은 비료 4만t이 입찰에 부쳐졌는데 그걸 말려 팔면 집도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인건비가 많이 들어 친척들에게 돈까지 빌려 다 말렸죠. 그런데 더 좋은 비료가 나오는 바람에 짠물에 담겼던 비료를 사 가지 않았어요. 완전히 거덜 나 버려서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왔죠. 온갖 장사를 다 하면서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

―어떤 장사를 했나요.

▷처음에는 탄피를 수집하고 고물상도 해보고 안 해본 장사가 없어요. 물건을 사다 팔기도 하고 작은 물류사업도 했지요.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설립한 계기는요.

▷1974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 항만 파업으로 항공 화물업이 호황을 누렸어요. 그래서 부산상공회의소와 부산시 등을 찾아다니며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본사를 둔 항공 화물업 허가를 받았죠. 당시 경남·경북 지역 수출 물량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 물량의 38%여서 돈을 많이 벌었어요.

참빛그룹은 항공물류 외에도 건설 제조, 에너지, 관광 레저 등 4개 분야에서 14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계열사로는 도시가스 4개사와 경기도 포천시 골프장 참밸리CC, 경기도 김포시 약암홍염천관광호텔, 제주시 이어도컨트리클럽, 제조·건설업체 참빛산업, 참빛글로벌ENC, 참빛동아산업, 강원전문설비, 참빛도시산업 등이 있다. 해외에서는 백두산 천지동굴 등산로, 베트남 그랜드 프라자 하노이호텔과 호아빈성 용봉 휘닉스 골프리조트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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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사업은 어떻게 시작했는지요.

▷아들을 잃은 지 2년이 지난 1990년 집사람과 슬픔을 잊기 위해 백두산에 올랐어요. 날이 참 좋았지요. 그런데 천지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너무 낙후돼 있어 좋은 길을 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1996년 입장료를 받는 등산로를 열었는데 2년 후 산사태로 붕괴되는 바람에 2003년 동굴형 등산로를 완공했죠. 1998년부터는 천상온천관광호텔을 지어 운영했는데 2012년 문을 닫았어요. 2002년 중국 옌지(延吉)에 해란강 컨트리클럽을 오픈했는데 겨울 넉 달 동안 골프장을 운영할 수 없었어요. 연중 따뜻한 베트남에 골프장을 짓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 베트남 출장을 다녀오셨는데 현지 사업은 어떻습니까.

▷하노이에 레저 기업을 설립할 계획인데 아직은 발표할 단계가 아닙니다. 성공하면 조 단위 매출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죠.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고 사업하기 아주 좋은 나라예요.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여서 용지를 50년간만 임대해준다는 단점이 있죠.

―베트남 북부 호아빈성에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진척됐습니까.

▷토지 소유주들이 땅을 안 팔아서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까지 나서 독려를 했는데 아직 해결이 안 됐습니다. 1000㏊ 용지에 10년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놀이공원, 사파리, 워터파크 등을 만들고 싶어요.

―사업을 하면서 위기는 없었나요. 무차입 경영 계기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젖은 비료를 말리느라 친척들에게 빚을 진 후 깨달은 게 많아요. 사업을 하면서 가급적이면 차입을 안 하고 돈이 모여 밑천이 있을 때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 덕분에 부도가 난 적이 없지요.

―그룹의 미래 비전은 뭡니까.

▷대기업으로 가는 길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이라도 알차게 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요. 돈 없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에게 가스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시장이나 군수 추천을 받아 매년 20억~30억원을 지원하고 있죠.

이대봉 회장은

△1941년 경상남도 합천군 출생 △1957년 진주농림고등학교 입학 △1975년 동아항공화물 설립 △1976년 미국 뉴욕 동아시아 법인 설립 △1990년 참빛가스산업 설립 △199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1992년 참빛원주도시가스 설립 △1998년 백두산 천상온천관광호텔 준공 △2002년 참빛동아산업 설립 △2003년 백두산 동굴형 등산로 완성 △2008년 베트남 하노이 휘닉스 골프리조트 개장 △2010년 7월 서울예술학원 이사장 취임 △2010년 9월 베트남 그랜드 프라자 하노이 호텔 오픈 △ 2014년 경기 포천 참밸리컨트리클럽 개장

[전지현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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