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그림
ㆍ작성자 푸른나무
ㆍ작성일 2015-05-18 (월)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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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타의 혹 속에 물이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 속의 물주머니 속에서 물을 조금씩 꺼내서 목을 축이며 사막을  횡단한다고 믿은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혹 속에 든 것은 물이 아니라 지방이다. 낙타가 오래도록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약 45㎏ 정도 되는 이 예비식량의 덕이다.

낙타의 몸은 수분의 증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필요한 경우 상대적으로 물이 덜 필요한 다른 기관에서 수분을 가져올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한 번 물을 마시면 10분에 100리터에 가까운 물을 마셔 몸속의 부족한 물을 단숨에 보충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막을 느긋하게 걸어갈 수 있는 것은 당당한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가 아니라 바로 얄궂은 얼굴과 흉물스러운 혹을 가진 초라한 모습의 낙타이다.

낙타가 아주 긴 여행을 하게 되면 잘 먹지 못해 혹 속의 지방이 줄어든다. 혹이 점점 줄어들어 험한 여행의 마지막에 이르게 되면 아마 껍질만 남고 지방은 다 없어져 혹 없는 낙타가 되고 말지도 모른다. 인생은 소모하는 것이다. 긴 여행 끝에 평평한 등을 가진 낙타처럼 모두 쓰고 가는 것이다. 죽음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수 있는 것은 늙고 추레한 껍데기 밖에 없도록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이다.

42.195㎞의 긴 마라톤 경기의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에게  아직도 뛸 힘이 남아 있다면 경기에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쓰고 남겨놓은 것 없이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세상을 떠나면서 남은 배우자에게 약간의 재산을 남겨두는 것은 위안이 될 수 있다. 피곤한 몸을 쉬며 아이들을 키웠던 오래된 집 한 채 정도 남기는 것은 좋다. 그리고 약간의 저축을 남기는 것도 좋다. 그보다 더 많이 남기기 위해 부산을 떨어야 할 이유는 없다.하고 싶은 일에 인생을 다 걸고 살다 죽으면 된다.

그리하여 초라하고 노쇠한, 아까울 것 없는 껍질을 벗고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별빛 하나로 밤하늘을 달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 순간에 닳고 닳은 뼈와 질긴 가죽 하나 달랑 남기고, 새털처럼 가볍게 바람에 날리듯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으면 참 괜찮은 인생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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