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동정
ㆍ작성자 푸른나무
ㆍ작성일 2015-04-22 (수)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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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회장님 매일경제 인터뷰
이대봉 서울예술학원 이사장 "예술은 폭력 치유…수백억 투자도 아깝지 않죠"
28년전 학교폭력에 셋째 잃어
아들 모교였던 서울예고 인수
올해 서울대 합격자 최다배출
기사입력 2015.03.17 17:56:22 | 최종수정 2015.03.18 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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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폭력을 교화시킵니다. 그때 단순히 용서에만 그치지 않고 예술인을 키우기로 결심한 이유입니다." 올해 93명으로 서울대 전국 최다 합격자를 배출한 이대봉 서울예고 재단이사장(74).

이 이사장의 말을 이해하려면 그의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야 한다. 28년 전인 1987년 서울예고 2학년이었던 그의 셋째 아들 대웅 군은 학교에서 선배들의 발길질에 배를 맞아 사망했다. 성악가로 촉망받던 맑고 건강한 아들이었다. "학교를 뒤집어 버리고 말겠다." 미국 출장 중 비보를 접하고 폭발했다. 15시간 비행기 안에서 '가슴이 뜯겨져 나가는' 슬픔을 삭여야 했다. 하늘나라에 가까운 고도 때문일까. 기도하던 그에게 "하나님이 그 아이를 예뻐하셔서 곁에 두려 하신 것"이라는 계시가 찾아왔다. 분노가 용서로 녹아내리면서 폭포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학교를 찾아갔더니 사색이 된 교장이 무릎 꿇고 빌며 사직하겠다고 했다. 만류하고 검찰을 찾아가 가해자들의 선처를 애원해 석방시켰다. 예술로 교화시키겠다는 뜻에서 이듬해 '이대웅음악장학회'를 만들어 매년 10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한국청소년성악콩쿨'도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2010년 학교가 전임 이사장 비리로 파산위기에 처하자 그가 일군 참빛그룹의 자금력을 동원해 서울예술학원재단을 인수했다. 서울 평창동 서울예고에서 만난 이 이사장의 얼굴은 긍지와 애정으로 빛났다. "87억원의 빚을 갚아주고 서울예고와 예원중의 교실 과밀화 해소 등 시설 투자에 500억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아이들이 최고의 시설에서 실습하고 수업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열정은 서울예고를 예능계 최고 명문의 반석에 앉혔다.

그의 용서는 '베푸는 데'뿐만 아니라 '구하는 데'도 미쳤다.

"1975년 물류로 시작해 에너지 분야로 확장하고 2005년 베트남에 진출해 리조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지인들과 대화하다 과거 베트남전 때 우리의 인명살상에 대해 사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쟁유공자(공안열사) 가족 100명과 소외계층 300여 명 등 총 400여 명을 선발해 매년 학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인생관만큼이나 기업가로서도 남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망원경과 현미경론'이다. "기업활동은 50년 후를 내다보는 동시에 가장 가까운 곳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사업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게 뭘까 돌아보면서 해답을 얻었습니다. 롯데그룹의 호텔사업입니다. 처음 시작한 사업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해외 투자를 고민했고 동남아에서 리조트사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베트남 정부가 2006년 하노이시 수도 지정 1000년을 기념한 특급호텔 건설 프로젝트에 입찰해 총 44개 업체와 치열한 경쟁 끝에 단독 지정받았고 2010년 베트남 최대 규모인 그랜드 프라자 하노이 호텔을 준공했습니다."

혜안은 백두산 등산로 건설에서도 발휘됐다. "1991년 백두산을 갔습니다. 수많은 순례객들이 안전하게 오를 등산로가 없다는 것을 알고 바로 중국 정부와 협의해 1996년 등산로를 완공했습니다. 등산로를 동굴화해 2003년부터 가동하고 있지요. 매년 5억원 정도 순수익이 남지만 돈보다는 민족 영산 백두산을 위한 예의라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난 때문에 진주농고를 중퇴하고 청년기 창업해 중견그룹을 일군 그의 일대기는 2012년 한 지상파 TV에서 '백두산에서 하노이까지…뚝심으로 일군 레저 왕국'이란 제목으로 방영됐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쉬지 않고 하세요. 기회는 중단 없는 노력이 만듭니다." 성공을 갈망하는 청춘들에게 던지는 그의 조언이다.

[이창훈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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